한 줄 요약: 손도 안 댄 예제가 B를 받았다. 신이 나서 방어 장치를 달았더니 C가 됐다. 저는 오늘 "도움"이 뭔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난 이야기 (30초 요약)
주식 한 번 안 해본 주린이K. 예제 전략을 한 글자도 안 고치고 최근 두 달 반을 돌렸더니 지수가 -30% 빠지는 동안 +1.44%. AI는 "떨어질 땐 잘 버티는데 오를 땐 못 따라간다"고 했고, 건강검진은 "망해가는 회사도 싸 보이면 산다"는 주의 하나. 저는 그걸 고치지 않고 그대로 첫 보스에게 갑니다. 얼마나 깨지는지 봐야 뭘 고칠지 알 것 같아서요.
규칙은 두 개만 다시 적어둡니다. 코드는 내 손으로 안 고친다. A가 나올 때까지 다음 보스로 안 간다.
첫 보스: 차이나 쇼크 (별 3개, 제가 고른 이유는 “제일 덜 무서워서”)
AI 길잡이 메뉴에서 "역사적 위기 보스전"을 누르면 보스 여섯이 카드로 줄을 섭니다. 게임 캐릭터 선택 화면 같습니다. 다른 점은 제가 고르는 게 아니라 맞는 쪽이라는 겁니다.
차이나 쇼크 카드의 한 줄 소개.
위안화 절하와 함께 중소형주가 무너졌다
위안화는 중국 돈입니다. 여기까지는 압니다. 중국 돈이 싸지는데 왜 우리나라 작은 회사 주가가 무너지는지는 모릅니다. 모르는 채로 [도전]을 눌렀습니다. 어차피 아는 채로 눌러도 결과는 같습니다. 코드를 안 고치니까요.
보스 구간(2015-06-01 ~ 2016-02-29)으로 백테스트를 실행하고 있어요. 결과가 나오면 자동으로 판정됩니다.
기간이 저절로 2015년으로 바뀌고 백테스트가 돌아갑니다. 제가 한 건 클릭 한 번. 기다리는 1분이 입사 면접 대기실 같았습니다.
1차: B등급. 네?
| 조건 | 기준 | 결과 | 판정 |
|---|---|---|---|
| 참여 | 시장 참여도 25% 이상 (전량 현금 회피 금지) | 173% | 통과 |
| 생존 | MDD -15% 이내 | -19.4% | 실패 |
| 선방 | 구간 수익률 벤치마크 +5%p 이상 (벤치마크 -8.8%) | 6.1% | 통과 |
| 회복 | 저점 대비 +15% 반등, 플러스 마감 또는 저점 이후 시장 복귀도 50% 이상 | +6.1% 마감 | 통과 |
넷 중 셋 통과. B. 손 하나 안 댄 예제가 B입니다. 저는 아직 PER이 뭔지도 모르는데요.
그래프를 봤습니다.
파란 선이 제 전략, 빨간 선이 KOSPI, 초록 선이 KOSDAQ입니다. 파란 선은 2015년 봄에 +70%를 넘더니 여름에 한 번 휘청, 가을에 +90%까지 갔다가 겨울에 내려옵니다. 빨간 선은 바닥에 딱 붙어서 숨만 쉬고 있습니다. 보스 구간 아홉 달만 떼어 보면 지수는 -8.8%, 제 전략은 +6.1%.
문제는 딱 하나, “MDD -19.4%”. 고점에서 저점까지 한 번에 19.4%가 빠진 적이 있다는 뜻입니다. 기준은 15%. 4.4%p 차이로 생존에 실패했습니다. 살아는 있는데 생존 실패라니, 보스전은 기준이 깐깐합니다.
카드 아래 "이번 도전에서 배운 것"에 AI가 네 줄을 남겼습니다.
시장 하락 시 비중을 줄이는 방어 장치가 전혀 없어 지수 낙폭을 그대로 흡수함
단순 저PER 종목 선정만으로는 하락장에서 지수보다 강한 종목을 골라내는 알파 창출이 불가능함
특히 alphaLeak이 14.3%로 매우 높아, 보유 종목들이 시장 평균보다 훨씬 더 빠르게 무너지는 구조임
위기 시 비중 조절과 종목 교체라는 두 가지 안전장치가 모두 부재한 상태로 시장에 노출됨
alphaLeak은 모르겠지만 "보유 종목들이 시장 평균보다 훨씬 더 빠르게 무너진다"는 알아듣겠습니다. 0화 예고에 "지수가 덜 빠졌다와 내 종목이 덜 빠졌다가 다른 말"이라고 적어뒀는데, 그게 이겁니다. 지수는 -8.8%, 제 전략은 어느 순간 -19.4%. 시장은 감기였는데 제 종목은 독감이었습니다.
마지막 줄은 처방전입니다.
하락장 선제 감속 장치 도입과 하락 저항성 종목 필터 추가로 MDD -10%p 개선
MDD를 10%p 줄이면 -9.4%. 기준 안입니다. 그러면 A. 규칙 3 때문에 B로는 다음 보스로 못 가고, 규칙 1 때문에 제가 고치면 안 되니, AI한테 시킵니다. 이 연재에서 제가 하는 일은 사실상 버튼 누르기와 핑계 대기입니다.
방어 보강 요청: 메뉴판이 나왔다
결과 카드 아래 [방어 보강 요청]을 눌렀습니다. 바로 코드가 쏟아질 줄 알았는데, 먼저 메뉴판을 내밉니다.
어떤 방어 전술로 보강할까요? 하나를 고르면 그 방향으로만 코드를 수정합니다.
| 축 | 전술 | 설명 |
|---|---|---|
| 생존 | 낙폭 기반 2단계 비중 감속 | 고점 대비 주가가 일정 수준 떨어지면 주식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 손실을 막아요 |
| 선방 | 재무 건전성 및 저변동 필터 | 부채가 적고 변동성이 낮은 튼튼한 기업만 골라 시장보다 덜 떨어지게 만들어요 |
| 회복 | 단기 이평선 기반 단계적 복귀 | 시장이 반등해 단기 추세가 살아나면 비중을 서서히 늘려 수익을 되찾아요 |
| 종합 | 위기 대응 통합 컨트롤러 | 종목 교체와 비중 조절을 동시에 수행해 생존과 회복을 한 번에 해결해요 |
떨어진 조건이 "생존"이니까 생존 전술. 떨어지면 주식을 줄인다. 너무 당연해서 고민 시간 3초. 이 3초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는 아래에 있습니다.
1분쯤 뒤 응답이 왔습니다.
지수 고점 대비 낙폭과 장기 이동평균선을 결합한 낙폭 기반 2단계 비중 감속 로직을 onDayClose에 추가하고, 이를 통해 하락장에서 stock_weight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복귀 사다리를 통해 회복하는 리스크 관리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주요 변경사항은 여섯 줄. 제가 이해한 건 두 줄입니다.
지수 고점 대비 -7% 하락 시 비중을 60%, -15% 하락 또는 60일 이동평균선 하회 시 비중을 30%로 축소하는 2단계 감속 로직을 적용함
20일 이동평균선 상향 돌파 및 낙폭 축소(-3% 이내)라는 단계적 복귀 조건을 추가하여 '복귀 사다리’를 구현함
번역하면: 지수가 7% 빠지면 주식을 60%만 들고, 15% 빠지면 30%만 들고, 다시 올라오면 사다리 타고 올라간다. 코드는 초록 줄과 빨간 줄이 섞여 있었는데 안 읽었습니다. 규칙 1이기도 하고, 읽어도 모릅니다.
응답 아래에 “차이나 쇼크 방어 보강 완료” 카드가 붙습니다.
위 응답의 보강 코드를 반영한 뒤 재도전하면 새 판정을 받습니다. 반영하지 않고 재도전하면 이전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코드 반영]을 눌렀습니다. “코드가 적용됐어요” 알림이 뜨고 카드 문구가 바뀝니다.
보강된 코드가 반영되었습니다. 재도전으로 새 판정을 받아보세요.
[재도전]. 이번엔 로그창이 바빴습니다. “시장 위험 감지 - 비중 조정: 30.0%”, “60.0%”, "95.0%"가 2015년 내내 번갈아 찍힙니다. 방어 장치가 열심히 일하는 소리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A를 받을 줄 알았습니다.
2차: C등급. 네??
| 조건 | 기준 | 1차 | 2차 | 판정 |
|---|---|---|---|---|
| 참여 | 시장 참여도 25% 이상 | 173% | 88% | 통과 |
| 생존 | MDD -15% 이내 | -19.4% | -17.9% | 실패 |
| 선방 | 벤치마크 +5%p 이상 (벤치마크 -8.8%) | 6.1% | -8.7% | 실패 |
| 회복 | 반등 +15% / 플러스 마감 / 시장 복귀도 50% | +6.1% 마감 | 시장 복귀도 52% | 통과 |
C입니다. 방어를 달았더니 등급이 내려갔습니다. 헬멧을 썼더니 넘어진 격입니다.
카드 위에 "MDD 1.5%p 개선"이라는 초록 배지가 달려 있긴 합니다. -19.4%가 -17.9%. 방어가 조금은 됐습니다. 그런데 수익률이 +6.1%에서 -8.7%로. 15%p를 내주고 1.5%p를 지켰습니다. 이 거래를 사람한테 제안했으면 사기로 신고당했을 겁니다.
1차 그래프와 나란히 놓으면 범인이 보입니다. 1차는 여름에 꺾였다가 가을에 +90%까지 다시 올라갔습니다. 2차는 여름에 꺾인 뒤 가을에 못 올라오고 +60%대로 주저앉습니다. 떨어질 때 주식을 줄인 건 맞는데, 오를 때 다시 안 샀습니다. 비가 와서 우산을 폈는데, 해가 떠도 우산을 안 접은 겁니다.
AI가 적어준 "이번 도전에서 배운 것"이 정확히 그 얘기였습니다.
낙폭 -7%와 -15% 기준의 2단계 방어 장치가 있었으나, 지수 60일선 이탈 조건이 동시에 발동하며 방어 수위가 즉시 최하단(30%)으로 고정됨
방어 발동 후 20일선 회복 시 60%로 복귀하는 장치가 있었으나, 하락장 내내 20일선 아래에 머물며 비중이 낮은 상태로 오래 갇혀 반등 수익을 놓침
방어 발동 전까지 맞은 낙폭(deriskDelayCost)이 적어 생존 축은 작동했으나, 보유 종목의 하락 저항력이 시장 평균보다 낮아 추가 낙폭을 막지 못함
세 줄 번역. 방어는 켜졌다. 그런데 너무 세게 켜져서 바로 30%에 갇혔다. 올라오는 조건이 안 맞아서 오래 갇혔다. 그리고 애초에 들고 있는 종목이 시장보다 잘 떨어지는 종목이라 비중만 줄여서는 한계가 있다.
여기서 아까 그 3초가 돌아옵니다. 1차 처방전에 AI는 두 가지를 적어줬습니다. "하락장 선제 감속 장치"와 “하락 저항성 종목 필터”. 저는 앞의 것만 골랐습니다. 뒤의 것은 선방 전술인데 선방은 통과했으니까요. 그랬더니 선방이 떨어졌습니다. 의사가 약 두 개를 처방했는데 하나만 먹고 "왜 안 낫지"라고 한 겁니다.
카드 아래에 "역대 최고 1차 · B등급 MDD -19.4%"와 [복원] 버튼이 생겼습니다. 1차 코드로 되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손가락이 갔지만 안 눌렀습니다. 되돌리면 B. B로는 다음 보스로 못 갑니다. 그리고 솔직히, 오기가 생겼습니다.
명예의 전당
메뉴에서 명예의 전당을 다시 열어봤습니다.
내 기록에서 차이나 자리가 "미도전"에서 "B"로 바뀌었습니다. 2차가 C였는데 B로 남아 있는 건 가장 좋았던 기록만 남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성적표에 최고점만 남겨주는 학교. 전당 자체는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S가 나와야 오르는 곳이고, 저는 지금 C에서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오늘의 성적표
| 보스 | 난이도 | 등급 |
|---|---|---|
| 카드사태 | 2성 | - |
| 유럽 재정위기 | 3성 | - |
| 차이나 쇼크 | 3성 | B (2차 C) |
| 코로나 | 4성 | - |
| 금리 인상 | 4성 | - |
| 금융위기 | 5성 | - |
칸 하나 채웠습니다. 채우고 나서 한 칸 내려갔지만요.
이번에 알게 된 단어
MDD(최대 손실폭). 그래프가 가장 높았던 지점에서 그 뒤 가장 낮았던 지점까지 얼마나 빠졌는지. 기간 전체 수익률이 플러스여도 MDD는 따로 계산됩니다. 1차는 결국 +6.1%로 끝났지만 중간에 -19.4%를 찍었습니다. 보스전의 "생존"은 끝에 얼마를 벌었느냐가 아니라 중간에 얼마나 깊이 떨어졌느냐를 봅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보는 시험입니다. 학교에서 이러면 억울했을 텐데 돈 문제라면 이해가 됩니다. 중간에 -19.4%를 찍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팔고 나가니까요.
비중. 가진 돈 중 주식으로 들고 있는 비율. 100%면 전부 주식, 30%면 나머지 70%는 현금. AI가 넣은 방어 장치는 지수가 떨어지면 이 비율을 95%에서 60%, 30%로 줄이는 겁니다. 줄이면 덜 떨어지지만, 다시 안 늘리면 못 올라갑니다. 우산 얘기입니다.
다음 화 예고
전술은 네 개였고 저는 하나만 골랐습니다. AI는 처음부터 두 개 하라고 했고요. 다음 회에는 “선방” 전술도 넣어봅니다. 종목 자체를 덜 떨어지는 쪽으로 바꾸면 비중을 덜 줄여도 될 테니까요.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덜 떨어지는 종목은 덜 오르는 종목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방어를 하나 더 달았는데 D가 나오면 이 연재 제목을 "보스전 하락기"로 바꿔야 할지도 모릅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다음 화는 깁니다. 전술 카드를 세 번 더 누르고, 그래도 안 돼서 하던 짓을 다 접고, 처음으로 로그창을 끝까지 읽습니다. 거기서 범인을 찾는데, 범인은 제가 아홉 달 내내 쳐다보고 있던 코스피가 아니었습니다. 다음 화에 알게 됩니다.